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 깊은 좌절을 경험한다. 아픔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살면 살아진다는 말이 있다. 작은 시골 마을에 살았었다. 주로 같은 문중이 모여 사는 집성촌 마을이었다. 마을 안의 가구가 백 가구도 채 되지 않는 시골에서는 내 집 이야기 남의 집 이야기할 것 없이 집집마다 일어나는 시시콜콜한 것까지 저절로 알아진다. 이모할머니는 윗집에 살고, 큰고모는 한집 건너 옆 짚에, 작은할아버지 집은 마을 중간쯤이셨고 나이가 가장 많은 큰할아버지는 마을 맨 아래쪽에 살았다. 마치 마을은 크 가족처럼 이어져 있었다. 종갓집 장손이었던 우리 집은 마을의 가장 위쪽이었다. 장손이다 보니 집안 행사가 많았고 특히 '시제'라고 불렀던 문중 제사가 많았다. 제사는 우리 집의 일상이었다. 일 년에 열 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