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했더니 동료가 우유하나, 두유하나, 그리고 구운 계란을 주어서 고맙게 먹었다. 과자가 눈에 띄어 커피 한잔과 몇개 집어 먹었다. 점심으로 나온 갈비탕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늦은 오후 다른 동료가 곱창을 배달시켜서 배부르게 먹었다. 생각없이 주는대로 너무 먹었다.
건강을 생각할 나이다. 몸 곳곳에서 나쁜 신호를 보낸다. 최근 건강검진에서 만성 위염과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다. 이십 대부터 꾸준히 운동을 해왔건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건강은 누구도 자신할 수 없나 보다.
갓 서른, 임신 중에 극심한 입덧으로 열 달 동안 잘 먹지 못했었다. 임신 중반이면 입덧이 멈춘다던데 어찌 된 건지 마지막 달까지 음식을 맘껏 먹지 못했다, 아이를 낳은 후부터 그동안 못 먹은 음식의 한이라도 풀듯 먹었던 것 같다. 체중이 무섭게 늘기 시작했다. 한번 붙은 살은 빠지지 않았다. 두 아이 유치원 보낼 무렵까지 얼굴은 두둥실 떠있는 달덩이 같았다.
그 무렵 무식한 다이어트를 했다. 과일 한 조각이나 물로 배를 채우면서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운동만으로 날씬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식단 관리를 하지 않았다. 몸무게 변화가 없었다. 음식을 크게 줄이고 나서야 체중 변화를 느꼈다. 당시에는 다이어트 식단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 다. 최소한의 음식과 물이 나만의 다이어트 방식이었다. 지금이라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다.
딸 재이가 수능 시절에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체중이 일순간에 불어난 적이 있었다. 한번 늘어난 체중은 원래대로 돌리기가 쉽지 않다. 나빠진 습관을 고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참 예뻐지고 싶을 나이에 원하는 옷을 마음대로 입을 수 없는 또 다른 스트레스를 겪는 것을 보고 다이어트를 권했다. 제대로 식단 공부해서 건강하게 말이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꾸준히 노력하더니 지금은 작은 사이즈의 옷을 원 없이 입고 산다.
최근 보건소에서 대사증후군 검사를 했을 때 "운동하고 계세요? 근육이 너무 없네요." 한다. 요즘에야 30분 정도 걷는 것 외엔 운동을 안 하지만 일생을 운동과 가까이하며 살았는데 근육이 일도 없다는 소리에 허탈했다.
과거의 무리한 다이어트가 오히려 상처가 된다. 한때는 굶는 것만이 다이어트의 정석이라고 여겼다. 운동을 꽤 오랫동안 해왔음에도 늘 건강에 자신이 없는 것은 삼사 십 대에 했던 수년간의 무식한 다이어트 때문이다. 몸 곳곳에서 보내는 신호도 근육이 없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예전처럼 따로 운동을 열심히 할만한 체력과 의지는 줄었지만 균형 잡힌 식단을 고민한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배달 음식이나, 즉석식품에 의지하지 않으려 한다. 아무거나 먹어도 건강할 나이는 지났다. 건강한 한 끼를 준비하고, 하루 30분의 걷기 운동에 게을러지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건강하게 먹고, 많이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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