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3

우리 작은 며느리 보고 싶었다

어머님께 따뜻한 외투라도 사드리고 싶었는데 가격표를 보고 망설이기만 하다가 돌아왔다. 체격이 작으신 어머님에게 맞는 옷을 고르기란 늘 쉽지 않다. 나이에 걸맞은 색상과 디자인이면서 최소 사이즈여야 하기 때문이다. 옷을 사드린 적이 많지는 않지만, 어머님은 내가 사드린 옷을 좋아하고 오래 입으신다. 값비싼 옷은 아니었지만 딱 맞는 사이즈였기에 그러셨으리라. 손위 동서인 형님도 어머님께 자주 옷을 사드린다. 경제적으로 형편이 나보다 나은 형님은 브랜드 옷은 물론 값나가는 가방과 신발도 사드리곤 한다. 하지만 사이즈 찾기가 어려웠는지 형님이 사드린 옷은 늘 크다고 말씀하셨다. 반대로 나는 동네 시장을 돌며 나이 지긋한 분들이 입을만한 것으로 고른다. 시장 구석구석을 뒤져서라도 어머님의 취향에 맞는 색상과 ..

일상. 에세이 2024.12.23

진정한 사랑

"형님! 어머님 식사는 잘하시지요?" "원래 소식하시는 분이라…. 내가 입맛에 맞게 해드리지도 못하기도 하고…." 전화기 너머의 형님 목소리가 기운이 없다. 형님 나이 60이 넘었지만, 시어머님을 모시고 산다. 말할 수 없는 미안함과 죄송한 마음 때문에 전화를 자주 하기도 염치없다. 초등학교 선생님으로만 30년 넘게 근무하던 형님은 몇 해 전에 퇴임했다. 정년퇴직하고 나면 남들은 여행도 다니고 인생 2막을 잘도 시작하던데 내 형님은 퇴직하고 1년 만에 몹쓸 병만 얻었다. 깐깐한 남편 눈치 보느라 여행 한 번 마음 편히 다니지도 못했고,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을 싫어하는 아주버님 때문에 바쁜 직장생활에도 불구하고 외식도 안 하고 살았다. 밥은 꼭 냄비로 지은 밥만 드시는 아주버님이라서 형님 집에 가면 찰기 ..

일상. 에세이 2024.10.24

어머님의 시계

"어머님! 아버님과는 어떻게 결혼하게 되신 거예요?" "아. 집에서 정해준 남자라서 얼굴도 안 보고 시집을 왔지. 그땐 다 그랬어." "처음 아버님 얼굴 보고 어떠셨어요?" "얼굴 뜯어볼 정신도 없었다. 식구는 많은데 먹을 건 없고. 보따리를 몇 번이나 쌌는지 모른다." 아버님과 살던 시골 집을 평생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어머니가 이젠 서울 사람이 되었다.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일 잘하시는 어머님이 이젠 침대와 거실 외에는 갈 곳이 없는 사람이 돼버렸다. "어머님 피부가 맑아지셨어요. 시골에 산 적도 없는 분 같아요." 너스레를 떨었다. "어서 가야지" 하며 남은 삶에 미련이 없다신다. 어머님 좋아 하실 만한 이야기를 이리저리 궁리해본다. 살아 생전 세 끼 따뜻한 밥을 하게 만들었다는 시 아버님 얘기를 꺼..

일상. 에세이 2024.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