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동안 백 개의 일상 글을 쓰는 중이다. 단순한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반복되는 출퇴근길, 비슷하게 흘러가는 업무를 빼고 나면 짧은 아침 시간과 저녁의 몇 시간이 내게 주어진다.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시간이다. 책을 읽고, 필사하거나 글을 쓰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읽고, 쓰는 시간이 좋다. 매일 반복하는 간결한 일상이지만 소중하다. 온라인 강의가 있는 날엔 시간에 쫓겨 한 페이지만 읽는 날도 있다. 좋아하는 책 중의 하나가 존소포릭의 "부자의 언어"다. 생각이 복잡할 때 좋아하는 페이지를 펼쳐서 읽는다. "정원에 씨앗을 뿌리고 관리하자 정원은 고요하고 조화로워 보였다."라는 문장이 좋아서 노트에 옮겨 적고, 나 역시 정원에 씨앗을 뿌리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매일 글 쓰는 연습을 하고 있다. 쓰기 위해 일상의 작은 순간을 붙잡는다. 사적인 공간을 열어 보이는 것은 나에겐 도전이었다. 일상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이 두려웠다. 나의 이야기를 쓴다고는 하지만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가족의 이야기도 쓸 수밖에 없다. 혹여라도 가족이 불편함을 느끼지는, 아닐까, 저어되는 불안함이 있었다.
하지만 혼자만의 걱정이었다. 오히려 가장 힘이 되어주는 건 가족이었다. 어제는 남편이 그런다. 글을 통해서 나를 더 이해하게 된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간간이 글에 나오는 자기 모습, 또는 내 이야기가 안타까울 때가 있었다고도 했다. 가끔은 퇴직과 노후가 우리의 일상을 흔든다. 이 때문에 그 마음들이 드러나기도 했나 보다. 글로 써버리고 나면 정작 나는 편안함을 느낀다. 남편은 그런 내 마음까지는 모르는 것 같다.
매일 글을 쓰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책을 읽고 리뷰나 후기를 남기는 것이 일상 글을 쓰는 것보단 차라리 쉬웠다.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넘어야 할 임계점이었다. 자기 계발에서 종종 만나는 단어가 있다. 퀀텀 점프(Quantum jump)다. 기존의 한계를 넘어서는 변화나 도약을 상징한다. 틀을 깨는 사고방식이나 행동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을 말한다. 아직 내게 어울릴 만한 단어는 아니지만, 100일 동안 일상 글 백 개를 쓰는 것이 나에게는 한계를 깨는 일이다.
100일 동안 매일 쓴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글쓰기 실력이 늘지는 않겠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어차피 읽고 쓰며 살아갈 사람이니까. 중요한 것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두려움을 이겨냈다는 것이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보다 봐줄 만하다는 남편의 말에 힘이 솟는다.
단순하게 무식하게 매일 쓴다. 정원을 가꾸는 마음으로 씨앗을 뿌리는 중이다. 고요하고 조화로워질 정원을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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