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시간의 소중함을 아는나이

빛나는 오늘 2024. 12. 26. 23:56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말처럼 시간이 순식간이다. 시간은 돈보다 귀하다는 것을 알아가는 나이다. 젊은 나이에는 그 소중함을 몰랐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은 공기처럼 무한으로 누리는 것인 줄만 알았다. 시간이 많다고 여겼기에, 남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며 살았다. 육아에 치여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어떻게' 삶을 바꿀지 고민하지 않았다.



 
그 시절을 돌아보면, 그 무한한 시간에 책을 읽고, 글을 썼다면 내 인생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모두 '때'가 있고, '그릇의 크기'가 있다더니 흰머리가 듬성듬성해서야 사람다워지나 보다. 이제서야 독서와 글쓰기가 편하고 자유롭게 느껴지니 말이다.
 
두 딸이 초등학교 무렵에 책을 정말 좋아했었다. 방이나 거실에 하루 동안 읽은 책들이 쌓여 있었고, 둘째 재이는 마음에 드는 책을 반복해서 읽기를 좋아했다. 그때 재이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엄마! 세종대왕님은 같은 책을 만 번이나 읽었대!" 그 말이 얼마나 인상 깊었던지. 재이는 책의 즐거움을 알았던 것 같다.
큰딸 유이는 엄마가 책을 읽지 않는 것이 늘 불만이었다.
"엄마는 왜 책 안 읽어?"
"엄마도 예전엔 많이 읽었어."라고 얼버무렸던 부끄러운 기억이 있어서 지금 열심히 읽는지도 모르겠다. 돌이켜 보면 그때가 내게 기회였던 것 같다. 지금보다 나은 삶을 바꿀 기회 말이다. '더 일찍 책과 가까이했더라면.' 아쉬움이 남는다.
 
아이들 곁에 있어 주고 싶다는 마음에 직장도 쉬고 있었던 때다. 시간이 넉넉했는데도 독서는 뒷전이었다. 마음만 먹었으면 얼마든지 자기 계발이 충분했을 터다. 아이들 핑계로 나태한 삶을 살았다. 그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는 것만 같다. 과거 10년의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이라는 말은 허튼 말이 아니었다.
 
새해가 멀지 않았다. 기대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 시간은 흐르는 물처럼 빠르기만 한데, 나이 앞에서 벗어나지 못한 내 모습을 본다. '돈으로 시간을 살 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시간의 가치를 깨닫는다. 젊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르고 살다가, 늙어보니 황금보다 값진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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