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 3

거절 못하는 것도 병이다

내 삶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 스스로 물어본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 '가 먼저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말고 누가 또 있겠는가. 그럼에도 주도적인 사람인가에 대한 물음에 '그렇다'라는 대답이 선뜻 안 나온다. 거절하지 못하는 것도 병이다. 고약한 불치병이다. 고쳐보려고 애쓴 적도 있지만 사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커피를 권하는 따뜻한 마음을 거절 못 하고 반 잔을 마셨다. 카페인이 있는 커피를 마시면 잠을 잘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밤을 꼴딱 새웠다. 마시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추운 날에 포장해 온 정성을 거절하지 못했다. 금요일이고 내일은 주말이니 잠 좀 못 자면 어떠랴 했지만 젊지 않은 나이에 밤새 쉬지 못하는 건 '안될 말'이라는 걸 미처 생각 못..

일상. 에세이 2024.12.28

불행이 행운으로 바뀌는 감사의 가치

불행이라 여겼던 순간들이 감사한 순간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곤 한다."수리비는 18만 2천 원 정도 나오겠습니다.""네에? 아니 그렇게나 많이….""수리 맡기시겠어요?""... . 달리 방법이 없는 거죠?""네. 없습니다. 맡기시겠다면 부품 있나 봐 드릴게요." 두 번 생각할 것도 없다. 부품이 없을 수도 있다는 건가? 생각도 하기 싫다." 네. 수리해 주세요. 아. 배터리도 이상 있나 봐주세요. 충전하면 하루가 채 못 가요." 평범한 금요일이지만 기분은 벌써 주말이었다. 코끝은 시리고, 해야 할 업무는 많았지만,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콧노래까지 부르며 출근을 서둘렀다. '설마 늦은 건 아니겠지!' 휴대전화 시간을 들여다본 순간. 붕! 날랐다가 곤두박질했다. 주차장의 턱선을 못 본 것이다. 맨땅에 엎드..

일상. 에세이 2024.12.21

시간을 대하는 태도

눈이 보배다. 이런 말을 하게 될 날이 올 줄 몰랐다. 겉멋이 있었던 학창 시절에는 안경을 쓴 친구들이 왠지 멋있어 보인 적도 있었다. 너무나 좋기만 한 시력에 교만했었다. 직장에서 해마다 채용 신체검사를 하고 결과지를 제출해야 한다. 운동을 꾸준히 했고, 건강에는 늘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몸은 이제 늙어간다. 눈보다 먼저 찾아온 것은 귀였다. 3년 전 직장인 채용 신체검사를 하던 중이었다. “ 안 들리세요? 한쪽 귀가 잘 안 들리시나 봐요.” 들어보려고 집중하는데 일정부분의 소리가 조용하다. “ 심각하진 않지만, 오른쪽 귀가 난청입니다.” “난청이요?” 당황하니 난청이라는 단어가 얼른 이해되지 않았다. 차마 난청이 뭐예요? 라고 질문할 수가 없어서 대뜸 한다는 말이 “왜요?” 였다. 왜요 라니. 하고..

일상. 에세이 2024.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