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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쥔 곶감 처럼 특별한

얼마 전 아버지 산소에 다녀왔다. 아버지 옆에 엄마도 나란히 있다. 살아생전 늘 함께 했던 것처럼. 추석 때 찾아보지 못해서 시간을 내었다. 문중의 선산은 이제 관리하는 사람도 없나 보다. 명절에만 하는 벌초라서 그런지 잡풀이 무성하다. 선산 관리가 안 된다는 이유로 주변의 봉분들은 하나 둘 비어간다. 관리가 되는 납골당으로 자손들이 옮겨 간 것이다. 지나다니는 짐승들만이 쓸쓸하게 말벗을 해주고 있는가 보다. 흰머리가 희끗한 막내가 온 줄 알면 왔냐는 말도 못 할 만큼 반가워서 활짝 웃기만 할 텐데. 종가의 장손이었던 아버지는 문중에서 가장 어른이었다. 아버지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어른들도 아버지에게는 늘 깍듯이 예의를 갖추었고 집안의 대소사를 의논하고 허락을 구했다. 작은 아버지들의 도박으로 논 밭을 ..

일상. 에세이 2024.10.01

나의 이름은?

어머님 나이 이제 구순이다. 아직은 기억력 좋으시고, 건강하시다. 가리는 음식 없이 소식을 즐기신다. 하루를 단순하고 규칙적으로 보내신다. 새벽 3시에 일어나서 간단한 집안일을 하신다. 냉장고 정리도 하고, 그날 먹어야 할 각종 약을 잊지 않기 위해 종류별로 정리하신다. 새벽 5시가 되면 노인용 보행 보조 유모차를 끌고 동네를 한 시간 산책한다. 매일의 컨디션에 따라 시간 조절을 하긴 해도 날씨를 상관하지 않는다. ​ 지금은 시골집이 아닌 형님 집에서 지내신다. 연로 하시기도 하고, 여름이 막 시작 되었을 때 팔을 다치신 뒤로 형님댁에서 모시기로 한 까닭이다. "작은 아야. 사느라고 고생이다" 막 결혼 해서부터 지금껏 내 이름은 '작은 아'다. 처음에는 '작은 아가'라고 불리다가 줄임말이 되어 '작은 아..

일상. 에세이 2024.09.26

완벽한 사랑

퇴근길에 장대 같은 비가 쏟아진다. 우산을 펴보니 너무 작다. 세찬 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비상용으로 넣어 다니던 우산이라서 그렇다. 간밤에 잠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니 더욱 피곤하게 느껴진다. 비마저 바닥에 꽂힐 듯 세차다. 기분이 가라앉는 날에는 어김없이 엄마 생각이 난다. 제철 음식으로 먹고사는 환경인 시골이라서 엄마는 계절이나 날씨와 관련된 음식을 자주 해주곤 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오늘처럼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엔 틀림없이 팥죽이나 칼국수를 상에 냈을 것이다. 또 나에게 심부름을 시켰겠지. “00야 작은 집에 팥죽 한 그릇 드리고 흰밥 조금만 얻어 오너라.” 팥죽을 먹지 않는 동생의 밥을 같은 동네에 사는 작은 어머니 댁에서 얻어 오라는 심부름이다. 동생의 밥 담당은 언..

일상. 에세이 2024.09.23

'다르다' 를 이해하는 일

어느새 하늘이 저~만큼 높아진 가을입니다. 아직은 폭염의 끝자락이긴 하지만 내 마음에 가을이 느껴지니 가을이 온 거겠지요. 안녕하세요. 매일 아이들과 소꿉놀이 하며 살고 있는 닉네임 '햇살이 빛나는'입니다. 세상에는 같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나요?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르다'는 어떤 의미일까요. 이것과 저것이 같지 않다는 뜻이며 다양성이라는 말로도 표현됩니다. 모양, 빛깔, 형태, 양식 따위가 여러 가지인 특성을 말하지요. 일터에서 가끔 소위 '다르다'라고 표현되는 아이를 만납니다. 평균적이지 않은, 보통이라기엔 조금 애매한 경우인데요. 신체, 또는 발달적인 면에서 조금은 벗어난 경우를 말합니다. 특수교육 대상의 아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

카테고리 없음 2024.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