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강하게 부는 아침 출근길이었다. 건강을 위해 걷기로 마음먹고 매일 아침 하천을 따라 걷고 있다. 버스를 타면 몸은 편하겠지만 아침에 조금만 서두르면 운동도 하고 교통비도 절약된다. 공기가 차다. 가을이 깊어지나 보다. 하얗게 핀 억새가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이런 날씨에도 부지런한 사람들은 뛰거나, 자전거를 타며 충실한 하루를 시작한다. 건너편에서 징검다리를 건너오는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조심해. 조심해." 연세가 지긋한 할아버지가 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손주와 산책을 나왔나 보다. "할아버지! 혼자 갈 수 있어. 나는 형이야." "아이고 잘 가는구나! 우리 00이 건강해야지! 건강해야지!" 돌다리를 건너온 할아버지와 손자는 웃는 모습이 똑 닮았다. 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