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지금의 1년이 마치 젊은 시절의 하루 같은 느낌이다. 시간이라는 것이 참 이상하다. 같은 24시간인데 어떤 때는 더디게, 어떤 때는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간다.
연년생 두 아이를 키울 땐 시간이 더디기만 했다. "어서 커라." "시간아, 어서 가라."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일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이었다. 당시의 나는 그저 하루하루 버티기에 급급했다.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 원장님이 늘 하던 말이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일은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이에요. 돈? 투자? 어디에 해야 할까요? 아이한테 하십시오."
그 말을 곧이곧대로 알아들었다. 나란 사람 참 단순하다. 아이에게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나의 시간, 에너지 그리고 꿈까지도.
시간이 흐르고 아이들이 자라면서 깨달았다. 아이 교육에 투자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조화와 균형을 놓쳤다. 자존감은 단순히 자녀의 성공으로만 채워지진 않는다. 경제적인 자유와 내 개인의 성장이 함께 어우러져야 했다. 그것이 곧 자존감인 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은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온전히 육아에만 에너지를 쏟기보단 나를 위한 시간도 함께 투자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키우고 나서야 깨달았다. 아이도 나도 함께 성장할 때 삶은 더 가치 있다는 것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하지 않던가. 지식과 양식을 쌓으며 내면을 채우고 싶었다. 글을 쓰는 것도 같은 이유다.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나를 알아가고 있다.
이제는 안다. 나를 돌보지 않고 아이들만을 위해 사는 것은 결국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건강한 부모는 자기 삶도 충실히 살아가는 부모다. 지금부터라도 나를 위한 투자를 생각해 본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새로운 것을 배우며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야겠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늦었을 때는 없다는 그것을 책으로 알아간다. 인생은 끊임없는 성장의 과정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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