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기일이다. 영정 사진 속의 아버지는 살아생전에 늘 그랬듯이 우리 막내딸 왔냐며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신다. 엄마도 아버지 옆에서 수줍게 미소 짓고 있다. 여섯 남매가 한자리에 모인 걸 보니 두 분 다 좋은 신가 보다. 고기를 올리고 과일과 떡, 전과 탕국을 정성스레 올리는 오빠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덧없는 마음이 밀려온다. 생전에도 이렇게 푸짐하게 대접해 드리지 못했는데, 이 많은 음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병원 생활을 하셨을 때, 어린 두 아이 때문에 자주 찾아뵙지 못해 미안했다. 그래서 이것저것 음식을 만들어 가곤 했다. 입맛을 잃은 아버지였지만 막내딸의 정성을 봐서인지 억지로 드시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한번은 장어가 몸보신에는 그만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무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