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뜻밖의 소식

빛나는 오늘 2024. 11. 27. 00:01

 
아침부터 마음이 심란했다. 몇 해 전 마련한 집의 전세 만기가 돌아오고 있었다. 전세 대출이 어려운 요즘이라서 그런지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아 마음이 초조하던 차에 계약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문제는 워낙 오래된 집이라 수리가 필요했다. 전체 인테리어를 해달라고 했다. 물가가 만만찮은 요즘 전채 인테리어비가 장난 아니게 비쌀 터다. 현재의 세입자를 보내줘야 하는 기한은 빠듯한데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수도 없었다. 전체까지는 아니더라도 적당한 선에서 수리해 주는 조건으로 하고 싶어서 이견 조율을 해보려 했으나 잘되지 않았다.
 
퇴근 후에 계약을 위해 부동산으로 가는 발걸음이 편하지 않다. 집주인이 이런 불편한 계약을 해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일부 계약금도 받아버린 상태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좋은 마음을 갖기로 했다. 이번에 수리를 제대로 해놓으면 향후 세도 잘 나갈 것이고 매매하기에도 좋을 거라는 마음으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무사히 계약을 하고 나오니 저녁도 안 먹은 터라 배가 고팠다. 딸 재이의 전화도 여러 번 와있다. 딸에게 먼저 전화했다.
"재이야 전화했었니?"
"엄마! 최종 합격했어요."
 
울컥했다. 취업해 보겠다고 숱한 밤을 스터디 카페에서 보낸 딸이었다. 그간의 마음고생에 비하면 비교적 담담하다. 대학 졸업 1년 만이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경쟁자들을 이겨보겠다는 딸도 안쓰럽고, 비슷한 처지의 취업 준비생들에도 안타까웠다.
 
한번은 늦은 밤에 글을 쓰고 있었다.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노트북을 바라본 채 딸 재이가 소파에 앉아 울고 있었다.
"재이야 무슨 일이야?"
"이번 주만 서류에서 다섯 개가 떨어졌어. 각오했는데도 힘들다. 엄마!"
마음이 아프지만 엄마로서 도움이 돼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좀 더 힘을 내보라는 말밖에. 언젠가는 흘린 눈물의 보상이 두 배의 기쁨으로 노 돌아올 거라고 말해줬지만 위로가 되진 못했을 것이다.
 
재이가 큰 꿈을 위해 더 도전을 계속할지는 아직 모른다.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하고 싶단다. 어떤 선택이든 딸의 선택을 응원해 주고 싶다. 견디고 버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었던 재이다. 나도 재이도 하나씩 해결되어가고 있으니 기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