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짧아진 요즘 여섯시면 이미 날이 어둡다. 퇴근을 서둘러 밖으로 나오니 벌써 불빛들이 선명하다. 밝은 해가 있는 낮이 좋다. 늦가을, 이맘때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저녁이되면 조용한 정적이 감도는 시골의 밤은 고독하고 쓸쓸하다. 사방이 어두컴컴한 시골의 적막함이 싫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와 귀뚜라미 소리만이 적막을 깰 뿐이었다. 불빛이 많은 도시의 밤과는 사뭇 다르다 늦가을 찬바람을 맞으며 산 너머로 해가 사라지는 것을 매일 보았었다. 들 일을 간 엄마와 아버지는 사방이 깜깜해서야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가을엔 수확철이라 이것저것 손가는 일이 많았던가 보다. 적막한 집에서 컴컴한 외로움을 혼자 견뎌야 했다. 지금도 짧은 해가 사라지고 난 후의 어스름한 저녁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다. 퇴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