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6

인생은 여행이다

뜻밖의 하루가 생겼다. 계획에 없던 하루라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떻게 하루를 보낼지 설레기도 한다. 직장에서 연차를 냈었는데 의도치 않게 날짜가 바뀌었다. 하루라는 여유가 생겼다. 색다른 하루를 보내볼까? 마음이 솔깃해진다. 요즘 젊은 아가씨들답지 않게 멋 낼 줄 모르는 유이에게 이쁜 털 코트 하나 장만해 주러 쇼핑할까. 아니면 조용한 카페에 가서 따뜻한 대추차와 함께 느긋한 휴식을 만끽해 볼까. 마음만 부푼 걸로 끝났다. 밀린 집안일을 간단히 정리만 하려 했는데 일이 커졌다. 정리하다 보니 버릴 물건들이 끝없이 나온다. 어찌 된 건지 옷은 버렸는데도 마루에 또 한가득 쌓인다. 버려도 버릴 게 생긴다는 건 다시 채웠기 때문이겠지. 사용하지 않는 운동기구들, 입지 않는 옷들, 쓰지 않는 그릇들을 보니..

일상. 에세이 2024.12.04

포기할 수 없는 사랑

겨울이 시작된 이후로 가장 춥다. 추운 날일수록 식구 생각이 난다. '옷은 따뜻하게 입고 나갔는지.' 밖에서 끼니는 잘 챙겨 먹었는지.'아침에 아무리 바빠도 딸에게 잘 다녀오라는 인사 한마디 해줄 걸 그랬다. 자기 앞가림 정도는 하는 성인인데 아직도 품 안의 아이 같기만 하다. 작고 별것 아닌 것에 자꾸 참견이 하고 싶어진다. 퇴근 후 현관에 들어서며 "굿모닝!"이라고 딸에게 인사했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가족의 얼굴을 제대로 보는 건 저녁이다. 아침 시간을 금쪽처럼 여기는 터라 일어나면 할 일이 많다. 일기 쓰고, 시간 가계부를 적고, 책 한두 줄이라도 읽는다. 밤새 어질러 놓은 부엌도 정리한다. 정신없이 출근하는 날이 대부분이다 보니 저녁이 되어서야 식구의 얼굴을 본다. 낯빛은 어떤지, 오늘 ..

일상. 에세이 2024.11.30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좋은 시작 점이다

나이 듦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지금의 1년이 마치 젊은 시절의 하루 같은 느낌이다. 시간이라는 것이 참 이상하다. 같은 24시간인데 어떤 때는 더디게, 어떤 때는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간다.연년생 두 아이를 키울 땐 시간이 더디기만 했다. "어서 커라." "시간아, 어서 가라."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일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이었다. 당시의 나는 그저 하루하루 버티기에 급급했다.아이가 다니던 유치원 원장님이 늘 하던 말이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일은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이에요. 돈? 투자? 어디에 해야 할까요? 아이한테 하십시오."그 말을 곧이곧대로 알아들었다. 나란 사람 참 단순하다. 아이에게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나의 시간,..

일상. 에세이 2024.11.29

느리지만 느리지 않다

기분도 날씨를 따라가나 보다. 추워진 날씨만큼이나 마음에 한기가 느껴진다. 딱히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나치게 생각이 많아서인 것 같기도 하고, 멘탈이 여지없이 나가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본래 자신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성격이다. 친한 친구 아니면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를 하거나 감정을 공유하는 것을 불편해한다. 그런 상황이 생기면 매번 용기를 내야 한다. 그런 내가 여러 사람과 소소한 내 일상을 공유했다. 그들도 나를 다 안다고 할 수 없고, 나도 마찬가지였는데 말이다. 두 가지 감정이 들었다. 색다른 경험에 흥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을 내보인 것에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미 지난 얘기가 되었건만 감정의 찌꺼기가 남아 있는 것은 내 작은 그릇 탓인가 싶다. 마치 길을 잃어 엄마를 놓친 아..

일상. 에세이 2024.11.06

요즘 다시 도시락을 싼다

딸을 위해 매일 도시락을 싸주던 때가 있었다. 둘째 재이가 편입 준비를 할 때였다. 턱걸이로 들어간 대학에 딸은 마음을 붙이지 못했다. 엄마인 내 처지에서는 반수한다고 할까, 봐 겁이 났다. 4년제에 가준 것만 해도 어디냐! 싶었다. 살살 달래가며 재이가 적응해 주기만을 바랐지만, 불안한 예상은 적중하고 말았다. 고3 때도 싸지 않았던 도시락을 꼬박 1년 동안 쌌고, 죽을 맛이었다. 직장까지 다니고 있던 차여서 더욱 힘들었다. 퇴근길마다 장을 봐야 했고, 집에 와서는 새우를 볶고, 감자를 조리고, 계란말이도 했다. 귀찮고 짜증이 났지만, 내색 못 했다.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았기에 꾸역꾸역 도시락을 쌌던 것 같다. 은근히 사 먹으라고 부추겨도 보았지만 돈 없어서 싫다며 도시락을 고집하기에 ..

일상. 에세이 2024.11.01

내가 매일 충실하게 하는 것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삶의 중심을 나에게 두면서부터 매일 걷고, 읽고, 쓴다. 직장인이자 가정주부지만 시간 탓하는 못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일과 가정도 소중하고, 나의 성장 발전도 중요하기에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한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다. 단 몇 줄이라도 읽고, 한 줄이라도 적을 것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책은 새로운 세상을 여는 문이며, 그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독서를 통해 얻어지는 감정은 자연스럽게 글쓰기로 이어졌다. 감정이나 생각을 쓰고 싶어지는 것은 물이 흐르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다. 도서 후기를 주로 쓰던 내가 일상의 생각과 경험을 쓰기 시작했다. 단순한 기록 작업이 아니었다. 감정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과정이었다. 따라서 독서와 글쓰기는 나를..

일상. 에세이 2024.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