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위해 매일 도시락을 싸주던 때가 있었다. 둘째 재이가 편입 준비를 할 때였다. 턱걸이로 들어간 대학에 딸은 마음을 붙이지 못했다. 엄마인 내 처지에서는 반수한다고 할까, 봐 겁이 났다. 4년제에 가준 것만 해도 어디냐! 싶었다. 살살 달래가며 재이가 적응해 주기만을 바랐지만, 불안한 예상은 적중하고 말았다.
고3 때도 싸지 않았던 도시락을 꼬박 1년 동안 쌌고, 죽을 맛이었다. 직장까지 다니고 있던 차여서 더욱 힘들었다. 퇴근길마다 장을 봐야 했고, 집에 와서는 새우를 볶고, 감자를 조리고, 계란말이도 했다. 귀찮고 짜증이 났지만, 내색 못 했다.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았기에 꾸역꾸역 도시락을 쌌던 것 같다. 은근히 사 먹으라고 부추겨도 보았지만 돈 없어서 싫다며 도시락을 고집하기에 얄밉기도 했다.
새벽 두 시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집에 들어오면 너무 힘들다며 현관에서부터 눈물을 보이는 딸에게 차마 매일 도시락을 싸야 하는 불만을 말할 수 없었다. 본래부터 음식 솜씨가 없는 엄마 탓에 맛없는 도시락을 매일 먹어야 하는 딸의 처지를 생각하니 조금은 미안하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딸의 강한 의지 때문인지, 도시락의 정성이었는지 결국엔 편입에 성공했다. 원하던 학교는 아니었지만 처음 입학했던 학교보다는 만족했다. 코로나로 인해 즐거웠어야 할 대학 시절을 날려버렸지만, 졸업도 했다.
요즘 다시 도시락을 싼다. 이제는 취업을 위해 공부 중이다. 처음엔 점심을 사 먹더니. 밥값이 비싸서 돈이 너무 들어간다는 이유로 또 도시락을 선택했다. 물론 편입 준비할 때보다는 수월하긴 하다. 이제는 자기 손으로 도시락을 싸가는 덕분이다. 그래도 전혀 모르는 체할 수가 없으니, 장이라도 봐줘야 마음이 편하다.
퇴근하면 집에 오기 급급해서 장 보기가 여유롭지 않다. 냉장고 털어서 도시락을 챙겨가는 딸이 안쓰럽다. 정작 본인이 더 힘든 것을 안다. 그러기에 고민도 들어주고, 간식이라도 챙겨주려고 노력한다. 편입 공부할 때도 죽을 듯이 노력했고, 지금도 치열하게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은 참으로 거저 얻어지는 게 없구나! 싶다.
재이의 목표는 올해 안에 취업해서 독립하는 것이다.
"엄마! 올해가 두 달밖에 안 남았어. 어떡해! 마음이 급해져."
해주고 싶은 말은 많은데 그냥 삼키고, 자신 있게 너 자신을 믿으라고만 말해줬다. 엄마의 말이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응원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전달됐으면 좋겠다. 인생이 평탄하기만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안다. 딸 재이가 성장하는 경험을 얻었으면 한다. 외롭고 힘들겠지만, 한발 한발 나아가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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