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책상 밑 하이틴 소설

빛나는 오늘 2024. 12. 12. 22:04

 
소설이란 장르가 주는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자기 계발서만 읽다가 오래전 구입해둔 거라 있는지도 몰랐던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펼쳤다. 요즘 구하기 힘들 정도로 유명해진 이 책을 읽으며, 소설가라는 직업이 새삼 멋지게 느껴진다. 새로운 세계와 인물을 창조해 내는 일은 어떤 기분일까.
 



학창 시절 하이틴 소설에 빠져 살던 때가 있었다.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적당한 페이지가 하루면 충분했다. TV 드라마는 심장이 쫄깃해지는 장면에서 딱 멈추고 다음 편을 기다리게 하지만, 몇 시간이면 시작과 끝을 알 수 있어 속이 시원했다. 해피엔딩이 대부분이라는 점도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다만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게 단점이었다.
 
수업 시간마다 책상 밑에서 몰래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수업이 끝나면 쉬는 시간마다 읽느라 정신없었다. 줄다리기하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궁금해 쉬는 시간도 기다리기 힘들었다. 책상 밑으로 몰래 읽다가 결국 선생님께 들켰다. 앞으로 가지고 나오라고 했지만 책 내용이 워낙 남녀상열지사인지라 나갈 수가 없었다.
 
웃으며 꿀밤 한대 맞을 것이 뻔했다. 뻗대고 앉아 있으니 다행히 수업 끝나면 책 들고 교무실로 오라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최소한 친구들 앞은 아니니까 괜찮았다. 당연히 가지고 있던 책 중 표지와 제목이 가장 무난한 것으로 들고 갔다.
 
그때 나도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직업으로 삼을 용기는 없었지만 막연한 꿈이 있었던 기억은 또렷하다. 요즘에 일상을 끄적이다 보니 그 꿈이 다시 떠오른다. 나도 글 쓰는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소설가나 작가가 결코 쉬운 게 아닌것은 분명하다. 어느 전업작가는 출퇴근하듯 매일 글을 쓴다고 한다.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나라면 그리할 수 있을까.
 
"채식주의자"를 읽으며 잊고 있었던 첫사랑을 만난 것처럼 설렌다. 이제야 알겠다. 독서는 다양해야 한다는 의미를. 독서의 다양성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이유였다. 조금 먼 미래의 삶을 떠올려 본다. 글을 쓰는 나를 상상해 본다. 늦은 시작이지만 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하루 한 줄이라도 써 내려간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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