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여유와 게으름의 차이

빛나는 오늘 2024. 12. 5. 21:25

여유가 게으름을 부르는 날이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를 계획하지만, 그 계획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 그런 날이다. 바쁜 일상 중에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에 집중하려고 애쓰지만, 자정을 넘겨서야 잠자리에 드는 날이 많다. 간혹 여유 있는 날도 있지만 평소보다 일찍 끝내지도 않는다. 시간이 주는 여유가 게으름을 부르는 것이다.

어제는 드물게 온라인 강의도 없고, 일찍 퇴근한 날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총알처럼 집으로 향했겠지만, 남편의 퇴근 시간에 맞추어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렸다. 분식집에 들러 떡볶이와 어묵을 먹고, 붕어빵까지 사 들었다. 여유를 부린 덕분에 집에 온 시간은 평상시 퇴근 시간하고 같았다.

모처럼 찾아온 여유는 게으름으로 이어졌다. 청소도 정리도 미뤄둔 채 마냥 늘어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역시나 게으름에는 댓가가 따른다. 아침이 되자 남편의 짜증 섞인 잔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 내가 하지 않으면 집안이 엉망이 된다."라는 말에 할 말이 없었다. 반박할 수도 없어 늦었다는 핑계로 서둘러 나왔다. 어쩔 수 없이 감기로 집에서 쉬겠다는 둘째에게 문자를 넣었다. 저녁에 치킨 한 마리를 걸고서 청소를 부탁했다.

직장에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업무량은 많았고, 직장 안에서의 이런저런 잡음이 있었다. 동료의 직장에 대한 회의적인 말을 들으며 씁쓸함이 밀려왔다.  그때 휴대전화 모임방에서 메시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일상에 무너지지 않는다. 000 님은 무너지지 않는다!"
누군가를 위로해 주는 글이었는데 마치 나를 위한 위로처럼 다가왔다.

때때로 게으름과 여유를 구분하지 못한다. 여유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기도 하고, 게으름에서 불안과 후회를 가지면서도 말이다. 여유란 단단한 일상을 유지하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줄 아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고 싶고, 글쓰기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진정한 여유다.

완벽할 순 없다. 직장과 가정의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할 뿐이다. 때론 지치고 흔들릴 때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한 시간임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유달리 바쁜 12월이다. 일상에 무너지지 말라는 한마디가 나를 일으켜 세운다. 게으름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한 걸음 더 내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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