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진정한 글쓰기는 과정이다.

빛나는 오늘 2024. 10. 30. 23:59

 
책은 쓰기와 연결된다. 진정한 독서의 완성은 읽고 나서 생각이나 감정을 기록하는 것이다. 하지만 감정을 끄적이는 일기가 아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써보려 하니 좀 막막하다. 감정이나 경험을 끌어내 글로 표현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 나의 모든 순간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일, 또한 오랜 시간 쌓아 올린 내공의 힘이다. 급한 마음 내려놓고, 내 속도에 맞추어 가야 하는 이유다. 아무리 완벽보다 완성에 의미를 두자고 마음먹지만 스스로 봐줄 만한 글을 쓰고 싶다.
 
그래서 글쓰기 강의를 들었다. 자이언트 북 컨설팅의 이은대 작가님의 무료 특강을 찾았다. 다행히 퇴근 무렵에 강의가 생각났고, 다른 강의 일정이 있었지만, 양해를 구하고 글쓰기 강의를 우선으로 들었다. 생각났을 때 들어 두지 않으면, 속절없이 놓쳐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걷고 뛰다시피 하여 퇴근을 서둘렀다. 그런데 하필이면 둘째 재이가 대화를 하고 싶어 했다. 도시락을 뭘 싸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소한 얘기부터, 취업 서류가 번번이 미역국을 먹으니,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하다는 얘기를 하소연하면서 엄마인 나에게 위로를 받고 싶어 했다. 마음이 바빠진 나의 성의 없는 표정을 눈치채고는 중도에 대화를 끊어 버린다. ‘그러지 말아야지' 마음의 반성문만 쌓여간다.
 
나에게는 매일 글을 쓰는 도전이 지금보다 한 단계 도약할 기회다. 급한 것은 아니지만 중요하다. 일도 가정도 자기 계발까지, 이것저것 잘하고 싶지만 다 가져갈 수는 없다.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몰입하고 집중해야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불씨가 살아있을 때, 바람이 불어주면 활활 타오를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런데 돈을 주고 들어도 아깝지 않을 강의이건만 눈꺼풀이 자꾸만 내려앉는다. 생각도 멍해질 때쯤 작가님이 일침을 날린다. "장례식 오셨어요? 옆에 시체 한 명 누워있어요?" '나를 두고 하신 말씀인가' 싶어 후다닥! 정신을 차렸다. 밥을 먹자마자 화면 앞에 앉아서인가 보다.
 
혼자 감상에 빠져 자신이 멋진 사람인 척 쓰는 글을 조심하라는 말에 뜨끔했다. 독자는 배울 점 없는 글에는 관심이 없다는 말로 들린다. 들어주는 예시마다 전부 내 이야기처럼 들린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아니 어떻게 아시고 내 얘기를 하지? ' 한편으로는 '나만 그런 것이 아닌가 보다'라고도 생각했다. 일반적인 글쓰기의 오류에 다른 사람도 빠지기 쉽다는 것 아닌가. 나처럼 글쓰기 초보자들에게는 말이다.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메시지와 경험, 그리고 감정이 어우러진 글이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잠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뼈 있는 작가님의 말이 화살처럼 가슴에 와서 박힌다.
 
내가 책을 쓰고 싶은 마음이 진정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혹여라도 한 권쯤 자신의 책을 갖고 싶어 해서거나, 작가의 타이틀을 원하는 허영심인지 돌아보았다. 담담하게 고요하게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알아가고 싶다. 어찌 보면 도전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넘어지고 깨지면서도 내 탓만 하던 낮은 자존감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큰 이유이다.
 
책 한 권을 쓴다고 해서 인생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다만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한 수많은 날의 과정이 나를 기쁘게 해줄 것을 믿는다. 노력의 시간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 책 쓰기의 목적은 그것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주어지는 글쓰기가 감사하다. " 연습과 훈련만이 실력 향상의 길이다."-이은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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