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주말 잘 보내는 법

빛나는 오늘 2024. 10. 26. 22:02

직장인은 주말을 사랑한다. 근로자의 삶이 피곤해도 버틸 수 있는 것은 일상의 반복에서 벗어나는 시간이라서다. '주말엔 분명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 '일주일을 보상받으며 게으른 왕처럼 지낼 거야.!' 하지만 현실은 '기분만 좋은 걸로.'에서 끝난다.

내 식구들은 평일에는 바쁜 엄마, 아내를 배려하느라고 이런저런 요구사항도 없고, 잔소리도 참아주지만 주말엔 한가할 거로 생각해서인지 자비가 사라진다.
" 엄마! 주문한 채소가 많아.! 다듬어서 냉장고에 나누어서 넣지 않으면 시들해져."
"유이 엄마! 세탁기 두 번은 돌려야겠어."
" 아이고! 지금 좀 바쁜데?" 대신해 주면 안 될까?"
"주말만이라도 엄마가 하는 걸로 땅! 땅! 땅!"

유구무언이다. 주말에 맞춰서 주문한 식재료이건만 여전히 채소 손질할 만큼 여유롭지가 않다. 간밤에 원고 수정과 관련한 문자를 확인한 까닭이다. 실력이 부족하니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결론은 '주말이 더 바쁘다'이다. 일주일 내내 기다린 주말이지만 막상은 밀린 집안일도 해치워야 하고, 관계를 이루고 사는 사회이니 사람도 만나야 한다. 읽다만 책도 완독해야 하고, 퇴근 후 시간에 쫓기면서 쓰던 글도 햇살 한 조각이라도 남아 있을 때 쓰고 싶어서 서두른다. 주말 저녁만이라도 즐기겠다는 일념으로.

주말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즐거움에 대한 가능성과 기대감 때문이다. 특별할 것 없는 날들 중의 하나라는 것을 알지만 희망을 품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희망은 삶의 원동력이다. 불안하고, 두려운 삶 속에서도 일상의 작은 행복을 찾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역시나 이번 주말도 환상은 깨졌지만, 기분만 좋아도 그게 어디인가. 평일보다 더 바쁘고, 할 일은 태산 같아도 웃을 수 있는 이유다. 게을러지는 마음만 아니라면 하나씩 순서를 정해서 하면 된다. 몸이 건강해서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내가 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이 기쁘고 행복하다. 무료하게 텔레비전 리모컨만 만지작거리는 것보다 백배는 좋다.

비록 오늘도 집안 일을 해 준 가족들의 불평과 잔소리를 귀가 아프게 들은 날이지만, 내 귀에는 왜 사랑한다는 소리로 들릴까? 이렇게 현실 파악을 못하니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소리를 못 듣는 것이다. 이럴 땐 엄마를 알아도 너무 잘 아는 딸 유이가 한마디 꼭 한다. " 엄마 편할 대로만 생각해서 정신건강에는 좋아.!" 나도 인정한다.

가정주부로서 빵점 자리인 내가 기분이 좋게 공감하는 말을 들은 때가 있었다. 얼마 전 공저 출간 관련해서 대전에서 소모임이 있었다. 어느 작가분께서 청소도 못하고 바쁘게 나왔다는 말에 출간을 끌고 가시는 백란현 작가님께서 이렇게 말했다.
" 음... . 청소는 작가 아닌 사람이 하는 걸로.!"
내 마음속의 인생 명언이다. 청소하기 싫어서라도 작가 꼭 해야겠다.

균형 있는 주말이 되려면 각자의 시간을 존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 일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독서와 글쓰기 시간을 정해서 집중하려고 한다. 시간을 지배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아직은 글쓰기 초보라서 가족이 많이 배려해 주고 있지만, 가족과 소통하고 서로 돕는 일도 내 할 일을 잘해내는 것 중의 하나이다. 가족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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