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3

인생은 여행이다

뜻밖의 하루가 생겼다. 계획에 없던 하루라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떻게 하루를 보낼지 설레기도 한다. 직장에서 연차를 냈었는데 의도치 않게 날짜가 바뀌었다. 하루라는 여유가 생겼다. 색다른 하루를 보내볼까? 마음이 솔깃해진다. 요즘 젊은 아가씨들답지 않게 멋 낼 줄 모르는 유이에게 이쁜 털 코트 하나 장만해 주러 쇼핑할까. 아니면 조용한 카페에 가서 따뜻한 대추차와 함께 느긋한 휴식을 만끽해 볼까. 마음만 부푼 걸로 끝났다. 밀린 집안일을 간단히 정리만 하려 했는데 일이 커졌다. 정리하다 보니 버릴 물건들이 끝없이 나온다. 어찌 된 건지 옷은 버렸는데도 마루에 또 한가득 쌓인다. 버려도 버릴 게 생긴다는 건 다시 채웠기 때문이겠지. 사용하지 않는 운동기구들, 입지 않는 옷들, 쓰지 않는 그릇들을 보니..

일상. 에세이 2024.12.04

혼자가 아닌 함께라서 다행이다

남편이 여행 중이다. 회사의 직원들과 여행계를 만들어서 일 년에 한두 번은 해외여행을 간다. 여행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흔쾌히 다녀오라고 말해주고, 많지는 않아도 용돈도 챙겨 주었다. 퇴근 후 집에 오면 남편은 여행 사진과 함께 간단한 안부 문자를 보내온다. 눈앞에서 봤을 땐 몰랐는데 사진으로 얼굴을 보니 몇 년 사이에 부쩍 늙었다. 얼마 전 협심증으로 병원 신세를 져서 그런지 더욱 안쓰럽게 보인다. 활짝 웃으면 보기 좋을 텐데... .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마음이 덜 좋다. 좋아하는 여행 중인데 왜 표정이 밝지 않냐고 물으니, 대답이 애매했는지 아무 말이 없다. 남편의 얼굴에는 우리가 함께 걸어온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나 보인다.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던가. 젊었을 때..

일상. 에세이 2024.11.20

비가 오면 오는대로

일하다 말고 창문을 열었다. 가을비가 촉촉하다. 잠시 투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었다. 여름에 쏟아지는 시원한 폭우도 좋지만, 나뭇잎을 적시듯 보드랍게 내리는 가을비도 정겹다. 우산을 챙겨오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비를 감상하는 것은 좋지만, 우산 없이 비 맞는 것을 달가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딸 유이의 대학 입학 기념으로 유럽 여행을 갔었다. 대학 입학이 기념할 만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고등학교 3년 동안 너무 고생한 딸이었기에 무사히 졸업한 것만으로도 유럽 여행이 아깝지 않았다. 맞지 않은 음식과 서로 다른 문화의 차이로 스트레스가 심했고, 면역력에 문제가 생겨 각종 질환으로 힘들었던 딸이다. 스포츠 동아리 활동 중 아킬레스건 손상까지 입어 제때 치료를 못 하는..

일상. 에세이 202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