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가려고 나섰다. 책 두 권과 노트북을 챙겼다. 딸 유이도 함께다. 집에 있을 땐 몰랐는데 나와보니 햇살이 어찌나 따스하던지 몸이 나른 해지고, 마음이 녹아내린다.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히고 어지럼증이 날 때까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금방이라도 쪽빛 물감이 뚝뚝 떨어질 것 만 같은 짙푸름이다. 집에서 도서관에 가는 길은 작은 다리를 건너 큰 도로변의 신호등을 지나 오르막길을 얼마 동안 씩씩 거리며 걸어야 한다. 신호를 기다리며 큰길에 섰다. 황금색 은행나무 뒤에서 햇살이 속삭인다. "오늘은 도서관보다는 공원에서 나랑 놀아!" 무거운 노트북이 들어있는 가방을 메고 도서관이 아닌 공원으로 갔다. "유이야! 햇살이 좋다. 공원으로 가자!" 본래 계획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쓴 후에 공원을 갈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