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카톡! 알림 음이 분주하다. 조용하던 가족 톡 방이 며칠 전부터 요란하다. 남편과 아이들이 곧 있을 내 생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계획을 짜는 소리다. 당사자인 내가 버젓이 보고 있는데도 "엄마가 최근에 뭐를 갖고 싶어 하더냐." 부터 여행을 좋아 하려나? 계절이 바뀌었으니 봄 가을 용 외투가 좋지 않을까. 겨울 용 가벼운 패딩이 필요할 것 같기도 하고. 자기네 들 끼리 주고받는다. 여행이라면 내가 연차를 내야 할 상황인데도 마치 톡 방에 내가 없는 것처럼 대화를 나눈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 하여 그저 웃는다. 의도가 보이지만 모른체한다.
'아이들과 남편 생일 상도 멋들어지게 챙겨 줘본 적이 없는데 내가 무슨.... .' 생일을 당당하게 누릴 마음이 없다. 큰딸 유이는 학업 중일 때 멀리 있다는 이유로 화상 통화에서 축하의 말 한마디 전한 것이 다였다. 둘째 재이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별로 며칠 씩 치른다. 그런 이유로 엄마의 생일 상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남편과는 생일이 6일 차이라 번거롭다는 이유로 하루에 몰아서 밥 한번 먹고 당일은 미역국이 전부다. 그러니 내가 생일이라고 대단한 걸 바랄 수 없는 양심 정도는 있어야겠다.
이미 충분하다. 아내와 엄마의 생일을 당사자보다 즐거워 해주는 것이면 된 거다.
딸 유이는 엄마인 내 생일에 케이크를 직접 만든다. 당연히 전문가 솜씨는 아니다. 만든 정성에 비하면 모양은 늘 아쉽지만 맛은 정말 좋다. 유학 시절 홈스테이 집에서 몇 번 만들어봤다며 빵부터 생크림까지 팔목이 아프도록 정성껏 만든다. 지난해에는 블루베리 케이크를 만들었었다. 나는 생일에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케이크를 먹는다.
유년 시절의 생일에 대한 특별한 기억은 없다. 그냥 저 냥 미역국이나 먹었던 것 같다. 내 부모는 사는 것도 팍팍한데 여섯 형제의 생일까지 챙기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생일날 아침이면 " 엄마 나 오늘 생일이야."" 아이고 우리 00 딸 생일이네. 엄마가 잊었다. "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저녁이 되어 서야 미역국이 있었다. 하지만 무심한 듯 다음 날이거나 그다음 날에는 내가 좋아하는 수수 부꾸미를 만들어 주었다. 생일 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말이다.
눈시울이 붉어지는 날이 있다. 엄마와 아버지의 생일이다. "다음에 제대로 하자. 다들 사느라 바쁘니" 엄마도 아버지도 매번 이같이 말했었다. '다음'이 있을 줄 알았다. '다음'은 늘 '그다음'이 되었다. 결국 부모에게 생일날 맛있는 음식 한번 제대로 해주지 못한 불효의 돌멩이 하나 품고 사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는 그런 아픔을 주고 싶지 않다. 아이들이 내 생일을 요란하게 준비하는 것을 말리지 않는다. 어찌 보면 나를 위한 생일 보다 아이들을 위한 마음이기도 하다. 하고 싶은 만큼 하라고 부추긴다. "주는 대로 다 받을 테니 엄마가 부담 느낄 거라고 지레 겁먹지 마라" 톡 방에 남겼다.
동화 속 청개구리는 엄마 말과 반대로 행동해서 후회를 했고, 나는 엄마의 '다음에 ' 말을 철석같이 따라서 후회를 한다. 지금이 전부다 '다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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