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땐 쓰고 싶은 것이 많았다. 일기와 글쓰기를 구분 못 할 만큼 우매했지만, 생각이 많으면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 같았다. 생각하지 말고 그냥 쓰기로 했다.
성장할 때의 결핍은 나의 약점이었다. 엄마와 딸 사이는 애틋하기 마련이라지만 사춘기 시절 우리 사이는 다정하지 못했다. 마음을 읽어 주지 않는 엄마에게 늘 불만을 달고 살았고, 미움이 있었다.
철이 들면서 엄마를 조금씩 이해했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자식 여럿을 키우다 보면 손이 가지 않는 자식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내 앞가림 잘해서 신경을 덜 쓴 걸 거야.'라고 자신을 스스로 위로했다.
언젠가는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감정을 털어내고 홀가분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삶은 예단이 안 된다. 마음의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떠나버린 엄마였다. 끝내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 못하였고, 오롯이 내 몫으로 남았다.
시작은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부터였다.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글로 쓰다 보니 나 자신을 멀리 놓고 찬찬히 보는 것 같았다. 결핍이라고만 느꼈던 유년 시절이 사실은 사랑이 가득했던 시절이었다는 것을 쓰면서 깨달았다. 털어내지 못했던 엄마에 대한 마음의 짐이 조금은 덜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최근에는 글쓰기의 어렵고 힘든 상황들이 자주 글로 표현된다.
“나의 한계인가? 노력은 재능을 이길 수 없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을 갖는 나 자신을 다독이고 힘을 주고도 싶었다.
“너 글 쓰고 싶은 거 맞지? 노력해야지.”
이은대 작가님은 <일상과 문장 사이>에서 말했다.
“잘 쓰고, 멋지게 쓴 글보다 진실하게 적은 글에 더 마음이 간다.”
잘 쓰지 못한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 없다. 눈치 보지 말고 쓰되 진심이 담긴 글이면 된다.
때론 노트북 화면만 바라보고 앉아 있기도 하고, 솔직한 마음을 썼다가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뭔데?”라는 날 선 생각에 썼던 글을 지우는 날도 있다. 그럴 땐 처음 글을 쓰고 싶었을 때의 마음을 떠올린다. 산이든 바다든 가버릴망정 결국 쓰고자 하는 것을 쓰고 만다.
꾸역꾸역 쓰고 싶지 않다. 매일 써야 한다는 의무감도 좋아하지 않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을 때와는 달리 자신에게 책임을 느낀다. 그래서 쓸수록 어렵다. 매 순간 독자를 생각하라는 말을 들었다. 독자가 두려우면 쓸 수 없다.
두려움을 이기는 나만의 방법을 생각했다. 그것은 뇌를 꽃밭으로 만드는 거다.
"독자의 마음은 바다보다 넓고 하늘에 있는 해보다 따뜻하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효과가 있다. 이런 나만의 과정이 무의미하지만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언젠가 시간이 흐른 후에 지금의 내 모습을 반추해 본다면 아주 크게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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