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글은 관상이고 골상이고 심상이다.

빛나는 오늘 2024. 11. 17. 21:41

얼마 전에  독서 모임 선생님으로부터 관상과 골상과 심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글쓰기와 비추어 생각해 보니 너무나 공감되는 말이다. 글의 출처를 찾아보니 송나라 재상인 법문 공이 관직에 오르기 전에 찾아갔던 관상쟁이에게서 들었던 말이라고 한다. (출처 관상 불여 골 상 골상 불 여심상 - 觀相不如骨相 骨相不如心相 : 네이버 블로그)

관상(얼굴상)은 골상(뼈상) 보다 못하고, 골상은 심상(마음상) 보다 못하다송나라의 관상가

송나라 법문 공이 어느 날 관상쟁이를 찾아갔다.

" 내가 재상이 될 상인가?"

"당신은 재상이 될 수는 없겠습니다."

며칠 후 다시 법문공은 관상쟁이를 다시 찾았다.

"내가 의원은 될 수 있겠는가?"

"왜 의원이 되려 합니까?"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건지기 위해 재상이 되고 싶었으나 안 된다고 하니 아픈 사람을 돕고 싶어서 그러네."

" 앞으로 큰 재상이 될 것입니다."

관상가는 왜 말을 바꾸었을까. 그 이유는 법문공의 관상이나 골상은 시원치 않았지만, 심상이 좋아서 재상이 되겠다고 말해주었단다. 이후 법문공은 실제로 재상이 되었다고 한다. 외적인 모습보다 내면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관상이 글의 겉모습이라면, 골상은 글의 뼈대다. 아무리 멋진 문장으로 꾸며도 단단한 구조가 없다면 그저 허상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심상이다. 글 속에 담긴 진심이다. 사람의 마음에 가서 닿을 수 있는 것은 글쓴이의 진정성이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글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딸 유이가 책 한 권과 편지 한 장을 아빠의 생일 선물로 주었다. 자식을 공부시키느라 아빠 인생의 많은 부분에서 즐거움, 또는 하고 싶은 것을 놓치고 살았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아빠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편지와 전하고 싶은 말이 책 속에 있다 했다. 윤 글 에세이 작가의 <그냥 좀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라는 책이었다.

남편은 그날 저녁 내내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나 역시 뭉클함에 말이 없어지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날의 잔잔한 내 마음을 글로 표현했다. 글이 화려하지도 않았고, 그저 담담히 써 내려간 것뿐인데 그 속에 담긴 진심이 남편의 마음에 닿았나 보다.

좋은 글이란, 겉모습이나 형식보다 글 속에 담긴 진심이 아닐까. 가끔 무엇이 중요한가를 잊어버릴 때가 있다. 그날의 일상을 담담하게 적으면 될 텐데. 시험 보는 학생 같을 때가 있다.

남들은 내 글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관심이 있다고 해도 초짜 티가 줄줄 나서 뭐라 할 사람도 없다. 그런데도 감독관 아래서 답안지를 작성하는 느낌이 든다. 글은 이렇게 써야 한다고 누가 정해놓은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글은 관상보다 골상이고 골상보다 심상이다. 나에게 깊은 생각과 울림을 주는 말이다. 더 자유롭고 나다운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진실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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