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도 믿기지 않아 몇 번이나 기사를 찾아 읽었다. 대한민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다. 이 소식은 하루 내내 이슈였다. 주인공은 1970년생 올해 53세 여성작가 한강이다. 온라인에서는 과거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회자되고, 노벨 문학작품도 인기 검색어다. 둘째 아이가 개인적으로 한강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 "채식주의자", "엄마를 부탁해", "소년이 온다"를 3년 전에 구매한 기억이 있다. 서점마다 책을 구할 수 없을 만큼 화제의 책이 되었다. 틈나는 대로 읽어야겠다.
노벨문학상은 역사가 120년이다. 세계 문학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다. 단독으로만 받을 수 있는 무게가 대단한 상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다 같이 기뻐하고 좋아할 일이다. 한두 권의 베스트셀러로 받는 것도 아니고, 오랜 시간을 두고 자기만의 문학세계를 확고하게 갖춘, 동시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 작가만이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에서 꾸준히 거론되고 인지도가 높다고는 들었지만 이렇게 꿈이 이루어지듯 수상 소식을 듣게 될 줄이야.
덕분에 책과 관련한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언니와 여섯 살 터울인 관계로 초등학생일 때 언니는 고등학생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언니는 문학소녀였던 것 같다. 집에 책이 많았다. 드라마 서재의 뒷배경에 등장하는 갈색 표지의 세계문학 전집이 우리 집에도 있었다. 셰익스피어나 단테의 "신곡" 등 고전문학도 많았다.
어쩌다 책에 흥미가 붙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십 대 초반에 세계 문학과 고전 문학을 뭣도 모르고 읽어댔다. 노벨 문학작품이었던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알베르트 카뮈의 "이방인",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 등을 초등학교 때 읽었었다.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책을 좋아했다. 책의 두께가 두세 권은 합쳐놓은 것만큼이나 두꺼웠던 "백 년 동안의 고독"이 내겐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었다. 하지만 한번 페이지를 펼치면 마지막 장까지 읽는 습관이 있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기는 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땐 그랬다. 제목 말고는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다. 다른 책들도 이해가 쉽지 않았던 건 비슷하다. 꼬맹이가 읽기엔 역부족이었던 거지.
노벨 문학이란 단어도 모르던 때였다. 의미를 알고 나서 읽은 것 중 좋았던 책은 중학교 때 읽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 처음이었다. 1947년에 발표된 "설국"은 일본 문학의 고전이다. 1968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내 기억으로는 문체가 아름답고 사람의 심리묘사가 탁월했던 것 같다. 그 책 한 권으로 일본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고, 온천의 삶은 달걀과 다다미방의 로망이 생기기도 했다.
이제 시작이었으면 좋겠다. 과학, 물리, 생리의학에서도 노벨상을 받는 날이 왔으면 바람이다. 후대의 사람들은 오늘을 기릴 것이다. 나는 그 역사 안에서 살아 있는 작가와 동시대를 산 사람이 되었다. 어찌 기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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