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2

인생은 여행이다

뜻밖의 하루가 생겼다. 계획에 없던 하루라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떻게 하루를 보낼지 설레기도 한다. 직장에서 연차를 냈었는데 의도치 않게 날짜가 바뀌었다. 하루라는 여유가 생겼다. 색다른 하루를 보내볼까? 마음이 솔깃해진다. 요즘 젊은 아가씨들답지 않게 멋 낼 줄 모르는 유이에게 이쁜 털 코트 하나 장만해 주러 쇼핑할까. 아니면 조용한 카페에 가서 따뜻한 대추차와 함께 느긋한 휴식을 만끽해 볼까. 마음만 부푼 걸로 끝났다. 밀린 집안일을 간단히 정리만 하려 했는데 일이 커졌다. 정리하다 보니 버릴 물건들이 끝없이 나온다. 어찌 된 건지 옷은 버렸는데도 마루에 또 한가득 쌓인다. 버려도 버릴 게 생긴다는 건 다시 채웠기 때문이겠지. 사용하지 않는 운동기구들, 입지 않는 옷들, 쓰지 않는 그릇들을 보니..

일상. 에세이 2024.12.04

청소할 때와 글쓰기 할 때

책을 읽고 후기를 쓰던 나는 이제 막 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상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는 뜻이다. 엄마는 왜 글을 쓰냐고 딸이 묻는다. 쉽게 대답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왜냐하면 수없이 나에게 스스로 했던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머뭇거리는 내게 더 많은 질문이 쏟아진다. “엄마 글의 정체성은 뭐야? 자신에게 떳떳한 글을 쓰고 있는 거 맞지?” 생각이 깊어지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비워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어수선한 내 삶을 정리하는 것이 곧 비우는 것이라고 느꼈다. 기분이 우울할 때는 청소를 한다. 청소하는 내 모습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있어야 할 자리에 물건이 찾아가는 일이 안정감을 주고 기분이 좋다. 신나게 떠들면서 한다. 보..

일상. 에세이 2024.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