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2

거절 못하는 것도 병이다

내 삶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 스스로 물어본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 '가 먼저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말고 누가 또 있겠는가. 그럼에도 주도적인 사람인가에 대한 물음에 '그렇다'라는 대답이 선뜻 안 나온다. 거절하지 못하는 것도 병이다. 고약한 불치병이다. 고쳐보려고 애쓴 적도 있지만 사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커피를 권하는 따뜻한 마음을 거절 못 하고 반 잔을 마셨다. 카페인이 있는 커피를 마시면 잠을 잘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밤을 꼴딱 새웠다. 마시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추운 날에 포장해 온 정성을 거절하지 못했다. 금요일이고 내일은 주말이니 잠 좀 못 자면 어떠랴 했지만 젊지 않은 나이에 밤새 쉬지 못하는 건 '안될 말'이라는 걸 미처 생각 못..

일상. 에세이 2024.12.28

시간의 주인으로 살기

늦가을 아침이다. 기온이 싸늘해지니 행동이 굼떠지고 꾀가 난다. 나만 그런 건 아닌가 보다. 둘째 재이 방에서 알람시계가 목이 터져라 울리는데도 딸은 꿈쩍 않는다. 네 살배기 강아지가 누나의 콧구멍을 핥아도 고개만 피할 뿐 일어날 마음이 없어 보인다. 이럴 땐 벌떡 일어나 무조건 방을 나와야 하는데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왠지 하루가 조금씩 미루어지는 느낌이다. 게으름은 잠시 행복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후회로 돌아온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딸은 한참을 뭉그적거리다가 실눈을 뜨고 알람시계를 슬쩍 보더니 총알이라도 발사된 듯 벌떡 일어나 앉는다. 그러다가 또 스르르 몸에 힘을 빼고 눕기를 두세 번이나 반복한 후에야 씻으러 화장실로 간다. 뇌를 깨우고 그제야 하루를 시작한다. 아주 밤늦게까지. 사람은 아침 시..

일상. 에세이 2024.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