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

결혼식 단상

시대가 변하고 결혼문화도 달라졌다. 주례사 대신 서로의 약속을 낭독하고, 하객들과 함께 즐기는 파티다. "그대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면 응원할 것이고, 그대가 무엇을 하던 지지할 것이다." 신랑과 신부의 떨리는 어깨만이 이 순간의 엄숙함을 말해준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어린 부부의 풋풋함이다. 둘째 조카의 결혼식이 있었다. 태어나서부터 애간장을 태웠던 녀석이라 감회가 남달랐다. 숨이 막히게 더웠던 한 여름에 태어났고, 집으로 온 사흘 만에 다시 병원에서 생사를 다퉜다. 폭염 속 탈수였다. 의사는 살 수 있는 확률이 딱 반이라고 겁을 주었다. 반의 확률을 이겨낸 그 아이가, 이제는 어엿한 한 가정을 이루는 신랑이 되었다.오늘 저렇게 예쁜 신부를 맞아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의 장난꾸러기..

일상. 에세이 2024.12.15

어머님의 시계

"어머님! 아버님과는 어떻게 결혼하게 되신 거예요?" "아. 집에서 정해준 남자라서 얼굴도 안 보고 시집을 왔지. 그땐 다 그랬어." "처음 아버님 얼굴 보고 어떠셨어요?" "얼굴 뜯어볼 정신도 없었다. 식구는 많은데 먹을 건 없고. 보따리를 몇 번이나 쌌는지 모른다." 아버님과 살던 시골 집을 평생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어머니가 이젠 서울 사람이 되었다.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일 잘하시는 어머님이 이젠 침대와 거실 외에는 갈 곳이 없는 사람이 돼버렸다. "어머님 피부가 맑아지셨어요. 시골에 산 적도 없는 분 같아요." 너스레를 떨었다. "어서 가야지" 하며 남은 삶에 미련이 없다신다. 어머님 좋아 하실 만한 이야기를 이리저리 궁리해본다. 살아 생전 세 끼 따뜻한 밥을 하게 만들었다는 시 아버님 얘기를 꺼..

일상. 에세이 2024.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