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4

불행이 행운으로 바뀌는 감사의 가치

불행이라 여겼던 순간들이 감사한 순간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곤 한다."수리비는 18만 2천 원 정도 나오겠습니다.""네에? 아니 그렇게나 많이….""수리 맡기시겠어요?""... . 달리 방법이 없는 거죠?""네. 없습니다. 맡기시겠다면 부품 있나 봐 드릴게요." 두 번 생각할 것도 없다. 부품이 없을 수도 있다는 건가? 생각도 하기 싫다." 네. 수리해 주세요. 아. 배터리도 이상 있나 봐주세요. 충전하면 하루가 채 못 가요." 평범한 금요일이지만 기분은 벌써 주말이었다. 코끝은 시리고, 해야 할 업무는 많았지만,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콧노래까지 부르며 출근을 서둘렀다. '설마 늦은 건 아니겠지!' 휴대전화 시간을 들여다본 순간. 붕! 날랐다가 곤두박질했다. 주차장의 턱선을 못 본 것이다. 맨땅에 엎드..

일상. 에세이 2024.12.21

아주 보통의 하루,그래서 더 특별한

수요일 점심엔 보통 볶음밥이나 카레, 짜장밥 중의 하나다. 오늘은 볶음밥이다. 갖가지 재료가 듬뿍 들어간 소고기 볶음밥에 순두부 호박국을 먹었다. 든든하게 먹고 휴식을 위해 따뜻한 공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주 하는 생각이지만 직장에서의 점심은 고른 영양과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해 주어서 감사하다. 일과 중 밥 먹는 시간이 가장 좋다. 창밖을 보니 눈이 쌓이고 있다. 첫눈치고 폭설이다. 아침에 남편은 회사에서 눈 치울 일이 걱정이라고 했지만, 나는 강아지처럼 나가서 뛰놀고 싶다. 출근길에 눈 쌓인 나무를 보았다. 아직 단풍이 그대로다. 울긋불긋 낙엽이 아직인데 소복이 쌓여 있는 모습이 생경했다. 하나둘 커피를 들고 휴게실에 모인다. 커피 향이 퍼진다. 카페인을 거부하는 내 몸은 따뜻한 둥굴레차를 좋..

일상. 에세이 2024.11.28

좋아야 할 수 있는 일

무엇이 바쁜지 요즘에 독서가 뜸해졌다. 읽고 싶은 책들이 눈앞에 쌓여 있는데도 잠시 앉아서 펼쳐보는 즐거움을 놓치고 산다. 책이라고는 써본 적 없는 내가 겁 없이 공저에 도전했다. 처음부터 욕심을 내려놓고 시작했기에 초고와 1차 퇴고까지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 다른 참여자들의 글을 읽으면 주눅이 들어 포기하게 될까 봐서 읽지도 않았다. 피하고 싶다고 피해지는 데 아니다. 활발하게 이루어져 가는 공저 진행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부담과 압박감이 시작됐다. 최소한 민폐는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원고를 붙잡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얼핏 들으니 퇴고가 시작되면 머리가 빠지고 지옥에 빠진다더니 빈말 같지 않았다. 글도 좋아지기는커녕 본래의 내 감정마저 사라지고 나무토막처럼 딱딱해지고 있었다. 손댈수록 좋아지라고..

일상. 에세이 2024.10.20

행복은 이미 내 안에 있었다

낙엽 하나가 사선을 그리며 발아래 떨어진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들여다보니 작고 벌레 먹은 나뭇잎이지만 내 것 같아 특별해 보인다. 나만 느끼는 작은 행복이다. 부자가 되고 싶어서 열심히 살았다. 많이 가져야 삶이 윤택해지는 거라고 믿었고, 행복은 미소 지으며 내게 올 줄 알았다.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살았지만 삶은 크게 나아지는 것이 없었다. 마치 어렸을 때 가난한 우리 집이 이해되지 않을 때처럼. 내 부모는 부지런한 부자들 못지않게 열심히 일했다. 사시사철 게으른 적 없었고 허리가 휘게 일하는데 왜 우린 항상 그 자리 그대로 가난한 것일까. 실제로 엄마에게 물어본 적도 있었다." 엄마랑 아버지는 매일같이 새벽에 일하러 나가서 어두워져서야 집에 오는데 왜 우린 부자가 안 돼?" 정확한 대답은 기억나지..

일상. 에세이 2024.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