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따사로운 햇볕 아래 놀이터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물들어 가는 나뭇잎을 손바닥에 올리고 있다. 막 익기 시작한 감나무의 감이 아이들 노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다. 한 아이가 말한다. "저건 감이야!" 옆에 있는 아이가 말을 받는다. "나는 감 먹어봤어!" 그러자 다른 아이가 말한다. "나는 감 밥 먹어봤어! " 아이들의 대화가 천진스럽다. 감 밥이라니. 감을 먹어봤다는 아이에게 더 세게 보이고 싶은가 보다. 문득 친정집 감나무가 떠오른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빈터만 있다. 사람이 살지 않으면 집은 더 이상 집이 아니다. 마당에 있는 커다란 단감나무만이 푸른 잎과 열매를 맺으며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엄마는 감을 좋아했다. 시골인데도 다른 집과는 달리 우린 감나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