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위해 매일 도시락을 싸주던 때가 있었다. 둘째 재이가 편입 준비를 할 때였다. 턱걸이로 들어간 대학에 딸은 마음을 붙이지 못했다. 엄마인 내 처지에서는 반수한다고 할까, 봐 겁이 났다. 4년제에 가준 것만 해도 어디냐! 싶었다. 살살 달래가며 재이가 적응해 주기만을 바랐지만, 불안한 예상은 적중하고 말았다. 고3 때도 싸지 않았던 도시락을 꼬박 1년 동안 쌌고, 죽을 맛이었다. 직장까지 다니고 있던 차여서 더욱 힘들었다. 퇴근길마다 장을 봐야 했고, 집에 와서는 새우를 볶고, 감자를 조리고, 계란말이도 했다. 귀찮고 짜증이 났지만, 내색 못 했다.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았기에 꾸역꾸역 도시락을 쌌던 것 같다. 은근히 사 먹으라고 부추겨도 보았지만 돈 없어서 싫다며 도시락을 고집하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