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2

딸의 시간

둘째가 요즘 취업 준비로 정신이 없다. 근로자의 삶을 준비하는 것이 엄마는 내키지 않지만 별수 없다. 평범한 가정에서 공부도 평범했고, 생각도 무난하다 보니 대학을 졸업했으면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것이 당연하다. 밤새 자기소개서를 쓰고, 예상 면접 질문지를 뽑아 거울을 보며 연습하는 모습이 정말이지 내가 원하던 모습은 아니다. 생산자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사고를 달리 키워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왜 죄책감이 드는 걸까. 일찍이 깨지 못한 부모 탓 같기만 하다. 어린아이의 사고는 스펀지 같아서 주는 대로 흡수한다는데 부모가 방향성을 도왔다면 좋았을 것같다. 부드러운 찰흙과도 같아서 손길이 빚는 대로 모양이 만들어진다는데 잘 빚어 볼 걸 그랬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른 방식의 육아와 아이 교육을 선택했을..

일상. 에세이 2024.11.19

요즘 다시 도시락을 싼다

딸을 위해 매일 도시락을 싸주던 때가 있었다. 둘째 재이가 편입 준비를 할 때였다. 턱걸이로 들어간 대학에 딸은 마음을 붙이지 못했다. 엄마인 내 처지에서는 반수한다고 할까, 봐 겁이 났다. 4년제에 가준 것만 해도 어디냐! 싶었다. 살살 달래가며 재이가 적응해 주기만을 바랐지만, 불안한 예상은 적중하고 말았다. 고3 때도 싸지 않았던 도시락을 꼬박 1년 동안 쌌고, 죽을 맛이었다. 직장까지 다니고 있던 차여서 더욱 힘들었다. 퇴근길마다 장을 봐야 했고, 집에 와서는 새우를 볶고, 감자를 조리고, 계란말이도 했다. 귀찮고 짜증이 났지만, 내색 못 했다.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았기에 꾸역꾸역 도시락을 쌌던 것 같다. 은근히 사 먹으라고 부추겨도 보았지만 돈 없어서 싫다며 도시락을 고집하기에 ..

일상. 에세이 2024.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