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3

겨울이 오면 그리운 아버지

아버지의 기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어찌 12월 한겨울에 떠났을까. 아버지와의 첫 추억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어느 추운 겨울이었다. 그날은 여느 날처럼 동네 골목이 시끌벅적했다. 언니 오빠들 틈에 끼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해가 지자, 날은 더 추워졌다. 골목 저만치서 아버지가 걸어오셨다. 손에 든 큼지막한 과자 상자가 보였고 그것이 아버지보다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태어나 처음으로 구경한 오리온 초코파이였다. 당시에는 파란색 상자에 갈색 빵의 그림이 있었고 상자 크기도 꽤 컸다. 아이들의 눈이 일제히 과자 상자에 쏠렸다. 일순간에 조용해진 골목 안이었다. 언니 오빠를 지나서 내게 걸어오던 아버지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다. 내 품에 떡하니 안긴 과자 상자 덕분에 한동안 우쭐했다. 오빠도 언니도..

일상. 에세이 2024.12.10

영화 위키드 잊지 못할 추억

"중력을 거슬러 날아오를 거야. 나는 한계가 없어." 위의 노래 가사는 영화 "위키드" 후반부에서 주인공 엘파바의 폭발적인 가창력에서 전율이 느껴지는 Defying Graviti (디파잉 그래비티)의 일부분이다. 기다렸던 영화 위키드를 딸 유이와 보고 왔다. 우정, 도전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음악과 함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를 새롭게 보게 해주는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남다른 기억이 있는 작품이기도 해서 더욱 특별한 기분이 느껴졌다. 내게는 추억이 담긴 티셔츠가 한 장 있다. 초록 피부를 가진 위키드의 주인공 엘파바가 마녀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이 프린팅되어 있다. 10년 전의 유이에게 받은 선물이다. 당시 고등학교에 다니던 딸 유이가 ..

일상. 에세이 2024.12.02

다시 찾을 수 없는 그날의 맛

겨울, 이른 첫눈이 내렸다. 나뭇잎 위에 소복소복 올라앉은 눈이 밥공기 같기도 하고, 엄마가 가끔 만들어 주던 하얀 찐빵 같기도 하다. 문득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그땐 국민학교라 불렀다. 눈이 오는 날이면 엄마는 특별한 간식을 만들어 주었다. 팥이 가득 든 찐빵이 그것이다.눈이 많이 오는 날에 엄마가 밀가루를 꺼내면 신이 났다. 반죽이 살짝 질어야 빵이 부드럽다고 엄마는 말했다. 늘어지는 반죽을 손안에 빠르게 가두며 삶은 팥을 넣고 잘도 오므렸다. 아버지는 미리 가마솥에 불을 지펴놓고 물을 끓이며 대기하다가 보자기를 깐 채반에 반죽을 올려놓고 한 김 나게 푹 찌면 완성이다. 모양은 울퉁불퉁했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찐빵을 호호 불어가며 먹었다.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간식은 눈이 펑..

일상. 에세이 2024.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