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아버님과는 어떻게 결혼하게 되신 거예요?" "아. 집에서 정해준 남자라서 얼굴도 안 보고 시집을 왔지. 그땐 다 그랬어." "처음 아버님 얼굴 보고 어떠셨어요?" "얼굴 뜯어볼 정신도 없었다. 식구는 많은데 먹을 건 없고. 보따리를 몇 번이나 쌌는지 모른다." 아버님과 살던 시골 집을 평생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어머니가 이젠 서울 사람이 되었다.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일 잘하시는 어머님이 이젠 침대와 거실 외에는 갈 곳이 없는 사람이 돼버렸다. "어머님 피부가 맑아지셨어요. 시골에 산 적도 없는 분 같아요." 너스레를 떨었다. "어서 가야지" 하며 남은 삶에 미련이 없다신다. 어머님 좋아 하실 만한 이야기를 이리저리 궁리해본다. 살아 생전 세 끼 따뜻한 밥을 하게 만들었다는 시 아버님 얘기를 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