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말고 창문을 열었다. 가을비가 촉촉하다. 잠시 투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었다. 여름에 쏟아지는 시원한 폭우도 좋지만, 나뭇잎을 적시듯 보드랍게 내리는 가을비도 정겹다. 우산을 챙겨오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비를 감상하는 것은 좋지만, 우산 없이 비 맞는 것을 달가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딸 유이의 대학 입학 기념으로 유럽 여행을 갔었다. 대학 입학이 기념할 만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고등학교 3년 동안 너무 고생한 딸이었기에 무사히 졸업한 것만으로도 유럽 여행이 아깝지 않았다. 맞지 않은 음식과 서로 다른 문화의 차이로 스트레스가 심했고, 면역력에 문제가 생겨 각종 질환으로 힘들었던 딸이다. 스포츠 동아리 활동 중 아킬레스건 손상까지 입어 제때 치료를 못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