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색채가 아름답다. 그새 붉어진 나뭇잎이 놀이터 나온 꼬마의 머리 위에서 미끄럼을 타고 발밑으로 떨어진다. 까르르! 웃는 아이 모습이 가을 수채화처럼 맑다. "너는 세상이 평면이냐? 원근법도 모르냐? " 중학교 2학년 미술 선생님에게 들은 말이다. 미술 선생님이라서 수업 시간에 당연하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듣고 잊어버릴 수도 있었을 말이 지금껏 잊히지 않고 가슴 한편에 남아있다. 꿈이라는 것과 연결되어서 그렇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었다. 누구에게 배워본 적은 없었지만, 미술 시간이 좋았다. 적어도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4절지 스케치북에 4B연필로 내 맘대로 이것저것 그리며 놀았다.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였다. 가을 풍경화 그림이었으니 이맘때쯤이었을 것이다. 반 아이들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