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2

포기할 수 없는 사랑

겨울이 시작된 이후로 가장 춥다. 추운 날일수록 식구 생각이 난다. '옷은 따뜻하게 입고 나갔는지.' 밖에서 끼니는 잘 챙겨 먹었는지.'아침에 아무리 바빠도 딸에게 잘 다녀오라는 인사 한마디 해줄 걸 그랬다. 자기 앞가림 정도는 하는 성인인데 아직도 품 안의 아이 같기만 하다. 작고 별것 아닌 것에 자꾸 참견이 하고 싶어진다. 퇴근 후 현관에 들어서며 "굿모닝!"이라고 딸에게 인사했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가족의 얼굴을 제대로 보는 건 저녁이다. 아침 시간을 금쪽처럼 여기는 터라 일어나면 할 일이 많다. 일기 쓰고, 시간 가계부를 적고, 책 한두 줄이라도 읽는다. 밤새 어질러 놓은 부엌도 정리한다. 정신없이 출근하는 날이 대부분이다 보니 저녁이 되어서야 식구의 얼굴을 본다. 낯빛은 어떤지, 오늘 ..

일상. 에세이 2024.11.30

진정한 사랑

"형님! 어머님 식사는 잘하시지요?" "원래 소식하시는 분이라…. 내가 입맛에 맞게 해드리지도 못하기도 하고…." 전화기 너머의 형님 목소리가 기운이 없다. 형님 나이 60이 넘었지만, 시어머님을 모시고 산다. 말할 수 없는 미안함과 죄송한 마음 때문에 전화를 자주 하기도 염치없다. 초등학교 선생님으로만 30년 넘게 근무하던 형님은 몇 해 전에 퇴임했다. 정년퇴직하고 나면 남들은 여행도 다니고 인생 2막을 잘도 시작하던데 내 형님은 퇴직하고 1년 만에 몹쓸 병만 얻었다. 깐깐한 남편 눈치 보느라 여행 한 번 마음 편히 다니지도 못했고,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을 싫어하는 아주버님 때문에 바쁜 직장생활에도 불구하고 외식도 안 하고 살았다. 밥은 꼭 냄비로 지은 밥만 드시는 아주버님이라서 형님 집에 가면 찰기 ..

일상. 에세이 2024.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