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바쁜지 요즘에 독서가 뜸해졌다. 읽고 싶은 책들이 눈앞에 쌓여 있는데도 잠시 앉아서 펼쳐보는 즐거움을 놓치고 산다. 책이라고는 써본 적 없는 내가 겁 없이 공저에 도전했다. 처음부터 욕심을 내려놓고 시작했기에 초고와 1차 퇴고까지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 다른 참여자들의 글을 읽으면 주눅이 들어 포기하게 될까 봐서 읽지도 않았다. 피하고 싶다고 피해지는 데 아니다. 활발하게 이루어져 가는 공저 진행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부담과 압박감이 시작됐다. 최소한 민폐는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원고를 붙잡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얼핏 들으니 퇴고가 시작되면 머리가 빠지고 지옥에 빠진다더니 빈말 같지 않았다. 글도 좋아지기는커녕 본래의 내 감정마저 사라지고 나무토막처럼 딱딱해지고 있었다. 손댈수록 좋아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