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온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바빠진다. 월동을 준비하듯 집안 이곳저곳을 괜히 살피게 된다. 베란다에 쌓아둔 헌 옷가지를 버리면서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기타 세 개를 보았다. 두 개는 클래식 기타이고 하나는 일렉기타다. 먼지가 두껍게 내려앉도록 방치된 기타 주인에게 잔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꾹꾹 눌러 참으며 친절을 가장한 한마디를 했다." 유이야 저 기타는 언제쯤 다시 시작할 거니?" 속마음은 '저렇게 둘 거면 중고 시장에 팔자!'였다. 딸 유이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좋아했다. 자식의 공부 문제로 속을 끓이거나, 걱정을 달고 산다는 부모를 본 적이 있다. 다행히 공부만큼은 스스로 욕심을 부리며 하는 아이라서 고마울 때가 많았다. 오히려 부모인 내가 자식에 관한 공부 욕심이 없었다. "그만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