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대학을 졸업한 둘째는 아직도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먼 곳까지 실무교육을 받으러 다니느라 아침 일찍 나가고 어두워져서야 들어온다. 엄마의 퇴근시간인 6시 정시가 되면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 배고파 집에 뭐 있어?" 딱히 준비된 음식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매번 똑같은 질문을 한다. 퇴근길을 서두르며 약간의 죄책감을 느낀다. 저녁거리가 뭐가 좋을까. 다들 밖에서 먹고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퇴근한다. 나는 집 밥에 진심인 엄마는 아니다. 결혼하고 아이들 키운 지가 몇십 해인데 아직도 살림이 서툴다. 반찬 솜씨가 제자리이고, 집안일이 손에 익숙지 않다. 아무리 직장 일과 병행한다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유독 심한 듯하다. 결혼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다. 남편에게는 친하게 지내는 일곱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