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일요일 아침이다. 밤사이 탁해진 공기를 환기하려고 창문을 열었다. 찬바람이 훅 끼쳐온다. 찬 공기가 몸의 구석구석을 깨운다. 특별히 좋지도 않고, 나쁠 것도 없는 아침 살짝 우울하다. 이런 날도 있기 마련이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짙푸른 바다다. 창문을 닫고 다시 이불 속을 파고들었다.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는다. 안 되겠다 싶어 일어나 책을 폈다. 산란한 마음에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 기분은 뭐지?' 헛헛함 같기도, 허기진 것 같기도 한 배고픔이 밀려온다. 냉장고를 열었다. 먹을만한 재료가 없다. 주말에 즉석떡볶이를 해준다며 딸이 사놓았던 콩나물과 어묵 한 봉지가 다다. 간식인 줄 알고 사 온 맥스* 핑크 소시지가 보인다. 얼린 대파도 있다. 보이는 대로 때려 넣고 잡탕찌개를 ..